30년 지났는데도... 삼풍 유족 63%는 여전히 '분노의 병' 앓고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가 발생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유족들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다. 재난피해자권리센터가 6월 29일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족 10명 중 6명은 여전히 외상후울분장애(PTED)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유족 3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응답자의 63.3%가 외상후울분장애 증상을 호소했다. 외상후울분장애는 단순한 외상 후 스트레스(PTSD)와는 다른 개념으로,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참사나 사고 이후 '억울함'과 '분노' 같은 감정이 장기화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특히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미비하거나 사회적 공감이 부족할 때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심리적 고통을 겪는 유족들 중 심리치료를 받은 비율이 16.7%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는 83.3%의 유족들이 적절한 심리 치료 없이 30년 동안 정신적 고통을 감내해 왔다는 의미다.

 

조사 결과, 유족 전원(100%)은 "책임자에 대한 적절한 처벌이 없었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73.3%는 '매우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사고 당시 정부와 언론의 정보 제공에 대해서도 절반 이상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족들이 강한 불신과 분노를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상 문제 역시 유족들의 불만 요소로 지적됐다. 응답자의 46.5%는 "보상이 피해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고, 일부는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인 보상이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이는 금전적 보상만으로는 유족들의 정신적 상처와 사회적 신뢰 회복에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30주기를 맞아 유족들은 추모 공간의 정비와 제도적 지원을 촉구했다. 응답자의 60%는 "추모 공간에 대한 공공의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50%는 정부 및 지자체의 책임 강화를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유족들은 양재시민의숲 내 위령탑 관리 강화, 서울 마포구 난지도 노을공원에 실종자 표지석 설치, 지자체 주관 추모식 지원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구에서 발생했으며, 지하 4층, 지상 5층짜리 대형 백화점이 무너지면서 502명이 사망하고 937명이 부상을 입었다. 한국 현대사의 최악의 인재로 기록된 이 사고는 부실 시공과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참사였다.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유족들의 상처는 여전히 깊고, 사회적 책임과 기억의 의무는 계속되고 있다. 이번 실태조사는 재난 피해자들에 대한 장기적인 심리 지원과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