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JYP 비켜!"…SK텔레콤, 성수동에 엔터사 차린 이유?

 지난 3일, 서울에서 가장 트렌디한 동네로 꼽히는 성수동의 한복판. 새로 문을 연 'T 팩토리(T Factory) 성수'에서는 연신 축하의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놀랍게도 이곳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데뷔'의 꿈을 이룬 이들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아이돌 지망생이 아니었다. 30대 직장인부터 평범한 학생까지, 나이와 직업, 스펙을 불문한 일반인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이곳은 SK텔레콤이 야심 차게 선보인 가상의 K-엔터테인먼트사, 'T 엔터(T Ent.)'다. SKT는 Z세대에게 가장 친숙하고 매력적인 키워드인 'K-엔터'를 소재로, 누구나 아이돌이 되어 데뷔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몰입형 전시 공간을 창조했다. 과거 홍대에서 운영하던 'T 팩토리'를 과감히 종료하고, Z세대 유동 인구가 밀집한 성수동에 약 2.6배 더 넓은 650평 규모로 새롭게 둥지를 튼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이전이 아닌, SKT의 대(對) Z세대 소통 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음을 시사한다.

 

T 팩토리 성수 1층에 들어서는 순간, 방문객은 '연습생'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받는다. 각자의 개성을 담은 예명을 정하고 배번호표를 부착하면 본격적인 데뷔 과정이 시작된다. '무대 장악' 연습실에서는 실제 음악 방송처럼 여러 카메라 중 자신을 촬영하는 '빨간 불'을 찾아 시선을 맞추는 게임을 하고, '댄스' 연습실에서는 VR 헤드셋을 착용한 채 신나는 리듬 게임을 즐기며 춤 실력을 갈고닦는다.

 

이처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세 가지 미션을 완료하고 나면, 마침내 꿈에 그리던 '아티스트 계약서'에 서명할 자격이 주어진다. 실제와 흡사하게 만들어진 계약서에 직접 사인을 하고 도장을 찍는 순간, 방문객들은 마치 진짜 아이돌이 된 듯한 짜릿한 성취감을 맛보게 된다.

 


SKT가 이러한 체험을 기획한 배경에는 Z세대의 변화된 가치관이 있다. 김보미 SKT T팩토리 팀장은 "결과보다는 자신만의 방식과 과정을 중시하는 Z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해 'Draw your way(네 방식대로 그려봐)'를 핵심 콘셉트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기존 엔터 산업이 회사가 정한 엄격한 기준에 맞춰 스타를 육성했다면, 'T 엔터'는 정반대로 개개인의 개성과 자유로움을 존중하며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이곳의 매력은 아이돌 체험에서 그치지 않는다. 2층으로 올라가면 SKT의 최신 AI 기술력을 흥미롭게 체험하는 공간이 펼쳐진다. 'AI 포춘 포토' 존에서는 카메라가 방문객의 표정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기자가 카메라 앞에서 미소를 짓자, AI는 이를 '웃음'으로 인식하고 즉시 조명 색을 화사한 분홍색으로 바꿔주었다. 이 배경에서 네 컷 사진을 찍고 나면, SKT의 거대언어모델(LLM) '에이닷엑스(A.X)'가 사진과 표정을 분석해 오늘의 운세를 재치있게 작성해준다.

 

이 밖에도 'T 우주패스'의 할인 혜택을 '타이쿤' 게임 형식으로 풀어낸 팝업, AI 비서 '에이닷'이 상담 내용을 요약해주는 '핸즈프리 타로' 등 다채로운 체험이 가득하다. 지하 1층에서는 매월 '덕콘(콘서트)'과 '덕톡(토크쇼)'이 열려 Z세대의 발길을 이끌 예정이다.

 

SKT는 홍대 T 팩토리 운영을 통해, 기업의 기술과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자랑하고 홍보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T 팩토리 성수는 매월, 매 분기 콘텐츠를 교체하는 '팝업스토어' 형태로 운영되며, 성수동을 찾는 Z세대에게 늘 새롭고 트렌디한 '놀이터'로 다가가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