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팔을 걷어붙였다. 삼성전자, LX세미콘, SK키파운드리 등 국내 유수의 반도체 기업과 연구기관 20여 곳을 한자리에 모아 '제1회 차량용 반도체 포럼(ASK)'을 개최하며 민간 주도의 육성 움직임에 시동을 걸었다. 29일 경기도 성남시에서 열린 이번 포럼에는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을 비롯해 23개 기업과 기관의 최고경영자급 인사와 임원 80여 명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완성차부터 팹리스, 파운드리, 디자인하우스, 패키징, 설계 툴 전문사까지 차량용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들이 한데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이번 포럼은 현재 95%에 달하는 유럽과 북미 등 외국산 차량용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공급망을 안정화하려는 절박한 인식에서 출발했다. 현대모비스는 '티어1 부품사'로서 완성차와 반도체 기업을 잇는 핵심적인 위치에 있으며, 동시에 반도체 설계(팹리스)와 공급망 관리자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어 국내 차량용 반도체 산업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이규석 사장은 환영사에서 "독자적인 반도체 설계 역량 확보와 함께 팹리스 및 디자인 하우스와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주요 파운드리와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IT나 모바일에 특화된 기업들의 신규 진출을 적극 장려해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차량용 반도체는 설계부터 제조까지 방대한 산업 구조를 가지며, 개발 과정이 길고 품질 인증 절차가 엄격해 신규 업체 진입 장벽이 높다. 특히 컨슈머 반도체보다 혹독한 주행 환경을 견딜 수 있는 내구성과 신뢰성 확보가 필수적이라 그동안 일부 해외 업체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 100대 차량용 반도체 기업 중 국내 기업은 5개 사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대부분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에 국한되어 전체 시장 점유율은 3~4% 수준에 머물렀다. 현대모비스 반도체사업담당 박철홍 전무는 "차량용 반도체는 제어기와 상호 최적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현대모비스가 제어기에 특화된 사양을 정의하고 실차 기반 검증을 지원해 국내 기업들의 개발 속도를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포럼을 국내 대표 포럼으로 육성하고, 매년 정례화하여 스타트업이나 유관 기술 보유 기업의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 전기차 주행거리를 좌우하는 전력반도체와 핵심 부품을 통합 개발할 경우 각각 개발할 때보다 최대 2년 가까이 연구개발 속도를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현대모비스는 올해 전원, 구동, 통신, 센서, 데이터 처리용 반도체 등 자체 개발한 16종의 반도체를 외부 파운드리를 통해 2천만 개 규모로 양산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생태계 구축에 참여하는 기업들에게 반도체 연구개발 프로세스 국제표준(ISO 26262) 인증 노하우를 적극 공유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이는 국내 반도체 국산화에 조속한 성과를 내고 상당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