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주 ETF '희비 교차'… 삼성 '훨훨', 한화·현대차 '주춤'

 국내 대기업 그룹주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올 상반기 조선·방산 강세로 승승장구하던 한화그룹 ETF는 주춤하는 반면,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에 삼성그룹주 ETF가 급등하며 시장 주도권이 이동하는 양상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삼성그룹주 ETF 6종이 국내 주요 그룹주 ETF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었다. TIGER 삼성그룹펀더멘털(12.3%), ACE 삼성그룹섹터가중(12.1%), KODEX 삼성그룹(12%)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상품은 '9만 전자' 시대를 연 삼성전자 주가 급등 효과를 톡톡히 봤다. 삼성그룹주 ETF는 대부분 삼성전자 비중이 30% 가까이 되며,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의 상승세도 수익률을 견인했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비중이 25%에 달하는 RISE 5대그룹주 ETF는 14.2%로 한 달간 그룹주 ETF 중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이 기간 50% 넘게 급등한 SK하이닉스 주가 상승 효과가 크게 반영된 결과다.

 

이 같은 반전은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 때문이다. 글로벌 D램 가격 상승 전환, AI 반도체 수요 증가로 관련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상향 조정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대형 반도체주로 몰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가 동반 급등했다.

 


반면 상반기 시장을 주도했던 한화·현대차그룹 상품은 기세가 꺾였다. 상반기 수익률 112.4%로 압도적 1위였던 PLUS 한화그룹주 ETF는 최근 한 달간 3.39%에 그쳤다. 한화오션 하락,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상승세 둔화가 원인이다. TIGER 현대차그룹+펀더멘털 ETF도 최근 한 달간 1%가량 하락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ETF 시장 내 자금 쏠림 현상이 뚜렷해졌다. 삼성그룹 ETF 6종은 3개월 전 대비 순자산이 70% 이상 급증하며 2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성장한 반면, 한화그룹 ETF는 순자산이 소폭 감소하며 대조를 이뤘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반도체 수요를 고려할 때 국내 반도체 업체 실적이 2027년까지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도체의 독주 속 조선, 방산 등 업체들의 비중은 줄여야 할 필요성이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삼성그룹 ETF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