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0개’ 꿈이 ‘3개 집중’으로
정부가 지역거점국립대 육성책인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의 지원 대상을 부산대·전남대·충남대 3곳으로 정하면서 탈락한 대학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선정 대학에는 앞으로 5년 동안 연간 최대 1000억 원이 넘는 재정이 집중되지만, 미선정 대학은 그보다 훨씬 적은 규모의 지원만 받게 돼 지역 국립대 사이의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교육부에 따르면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의 패키지 지원 대학으로 부산대와 전남대, 충남대가 선정됐다.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던 경북대, 강원대, 충북대, 전북대, 경상국립대, 제주대는 최종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사업은 애초 전국 9개 지역거점국립대에 재정을 투입해 서울대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각 지역에 만들겠다는 구상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난 4월 계획을 수정해 모든 지거국을 동시에 지원하기보다 3개 대학을 먼저 집중 육성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바꿨다. 한정된 예산을 나눠 쓰는 것보다 특정 대학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선정된 3개 대학에는 올해부터 대규모 예산이 들어간다. 교육부는 이들 대학에 학교별로 지난해보다 900억~1000억 원가량 많은 재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은 여러 사업을 묶은 패키지 형태로 이뤄진다. 대학별 특성화 모델을 만드는 브랜드 단과대학 설립에 400억 원, 인공지능 거점대학 사업에 100억 원이 투입된다. 여기에 대학 성장 브릿지 구축 사업으로 200억~300억 원, 지역혁신 허브화 인센티브 사업으로 200억 원이 추가된다.
내년부터 2030년까지는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 예산 100억 원이 선정 대학에 추가로 배정된다. 이에 따라 부산대·전남대·충남대가 받는 연간 지원금은 학교별로 최대 1100억 원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사업 기간 전체로 보면 한 대학이 최대 5400억 원 안팎의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선정되지 못한 6개 대학은 지원 폭이 제한된다. 이들 대학은 브랜드 단과대학 설립이나 인공지능 거점대학 사업 등 핵심 패키지 사업에서는 제외되고, 대학 성장 브릿지 구축 사업과 지역혁신 허브화 인센티브 사업 중심으로만 지원을 받는다. 이에 따라 학교별 추가 지원액은 연간 300억~400억 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대학 성장 브릿지 구축 사업은 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200억~300억 원 범위에서 지원 규모가 달라진다. 지역혁신 허브화 인센티브 사업 역시 선정 대학보다 매년 100억 원가량 적은 금액이 배정된다. 5년간 누적 지원액을 단순 계산하면 미선정 대학은 1500억~2000억 원 수준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정 대학과 비교하면 대학별로 최대 3900억 원 가까운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이 같은 재정 격차는 단순한 예산 차이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업은 대학 운영비 지원이 아니라 지역 산업계, 기업, 대학, 연구기관을 연결하는 거점 육성 성격이 강하다. 학부 교육과 대학원 연구, 연구소 기능, 산학협력 체계가 함께 묶여 지원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연구 역량과 학생 유치 경쟁력, 지역 혁신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우수 교수진 확보에서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역거점국립대는 그동안 수도권 주요 대학과 비교해 연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국립대 교수는 공무원 신분이어서 연구 성과에 따른 보상 체계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꼽혔다.
선정 대학은 브랜드 단과대학 설립 사업을 통해 성과 중심의 특성화 교원 트랙을 운영할 수 있다. 우수 연구자를 영입하거나 성과를 낸 교원에게 기존보다 유연한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반면 미선정 대학은 이런 제도를 활용하기 어려워 교수 영입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학생 모집과 지역 정주 인재 양성 측면에서도 선정 대학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대규모 재정 투입은 교육 시설 개선, 연구 환경 확충, 장학 지원, 기업 연계 프로그램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입시 경쟁률과 우수 학생 유치, 졸업 후 지역 취업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업 종료 시점에는 지역거점국립대 내부에서 새로운 서열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정 대학은 재정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미선정 대학은 상대적으로 제한된 지원 속에서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지난 4월 3개 대학 우선 육성 방침을 발표했을 때도 일부 지거국은 미선정 대학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북대는 2026년 3개교, 2027년 3개교, 2028년 3개교를 순차적으로 선정하거나, 2027년부터 지원 대상을 6개교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앞으로 탈락 대학들의 추가 지원 요구는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선정 대학과 미선정 대학 간 지원 규모가 수천억 원 단위로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균형발전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반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당장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미선정 6개 대학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단순히 몇 곳을 더 늘리겠다고 답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국회의 정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추가 지원 여부와 규모가 논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선정된 3개 대학이 성과를 내면 해당 모델을 바탕으로 지원이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성과를 언제,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 다른 대학으로 확대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선정 방식에 대한 해석도 엇갈린다. 교육부는 대학별 평가 항목을 단순 점수화해 순위를 매긴 것이 아니라, 지역 산업 기반과 기업의 이전·투자 가능성, 정부 정책과의 정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미 대기업이나 정부출연기관, 주요 산업 기반이 갖춰진 지역이 선정에 유리했던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최 장관은 선정 과정에서 별도의 지역 안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이 학생을 길러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졸업생이 지역에 취업하고 정착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업은 지역거점국립대 전체를 고르게 키우겠다는 초기 구상에서 벗어나, 일부 대학을 먼저 키우는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선정 대학에는 도약의 기회가 열렸지만, 제외된 대학에는 재정 격차와 경쟁력 약화라는 과제가 남았다. 향후 국회 예산 논의와 교육부의 후속 대책이 지거국 간 격차 논란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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