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1’로 강등된 美 신용등급..'셀 아메리카' 재개되나?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16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한 단계 하락한 'Aa1'으로 강등하면서 19일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한국시간 오전 기준 미국 주요 주가지수 선물은 1% 내외의 하락세를 나타냈으며, 안전자산인 금과 일본 엔화는 강세를 보이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19일 오전 9시 36분 기준 미국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선물은 전장 대비 0.82%, 나스닥 100 선물은 1.031% 하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선물도 0.658% 내렸다. 동시에 미국 국채시장에서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전장 대비 4.4bp 상승한 4.475%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를 반영했다. 이 금리는 16일 장 막판에 기록한 4.49%에 근접한 수치다.

 

무디스의 이번 신용등급 강등은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에서 비롯됐다. 무디스는 성명에서 “지난 10여 년간 미국 연방정부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재정 적자가 지속됐고, 감세 정책 등으로 인해 재정 수입은 감소한 반면 지출은 계속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재정 악화가 국가신용등급 하락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18일 NBC 뉴스 인터뷰에서 “무디스의 평가는 후행적 지표일 뿐이며, 우리는 이 기관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물려받은 재정 적자를 이번 등급 강등의 배경으로 지목하며, 정부 차원의 재정 건전화 노력이 진행 중임을 강조했다.

 

한편, 미국 국채 보유 현황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그동안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해왔던 중국은 3월 기준으로 보유량이 감소하면서 영국에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내려왔다. 이는 2000년 10월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중국의 미 국채 보유 감소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은 이미 지난해 11월 이 회사가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데 이어 예고된 조치였다. 시장에서는 이미 예상됐던 조치인 만큼, 이번 강등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투자은행 바클리의 새뮤얼 얼 등은 “2011년 S&P가 처음으로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후 정치적 중요성이 크게 약화됐다”며 “이번 등급 강등 역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2011년 S\&P의 미국 신용등급 첫 하향 이후 S&P 500 지수는 다음 거래일에 6.66% 급락했으나, 2023년 피치의 등급 하향 후 첫 거래일 지수 하락 폭은 1.38%에 그쳤다. 이번 무디스 강등에 따른 시장 반응도 이와 비슷하거나 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신용등급 하락 소식이 전해지면서 달러화 가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9일 오전 9시 26분 기준 전일 대비 0.336포인트 하락한 100.756을 기록했다. 엔화 역시 달러 대비 강세를 나타내 0.54엔 떨어진 145.16엔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달러 약세와 엔화 강세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맞물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반영한다.

 

금값 역시 상승했다. 19일 오전 9시 36분 기준 금 현물 가격은 전일 대비 1.36% 오른 온스당 3,247달러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금은 통상 불확실성이 커질 때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아시아 주요 주가지수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는 0.44%, 일본 닛케이 225 평균주가는 0.52% 각각 하락했다. 이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불안 심리가 아시아 증시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 전문가들은 무디스의 이번 강등 결정이 미국의 정치적·재정적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단기적 시장 충격보다는 중장기적인 재정 정책 변화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미국의 지속적인 재정 적자와 부채 증가 문제,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이 향후 미국 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부터 이어져 온 관세 정책과 무역 불확실성에 따른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움직임의 재점화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내외 자산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향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결국 무디스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은 단순한 숫자 하락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미국 경제의 근본적 재정 건전성 문제를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 정부의 재정 정책과 국제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