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연의 편지' 주인공, 사실은 작가의 '이 사람들'이었다

 조현아 작가의 웹툰은 독자들을 만화책이 아닌 한 편의 동화 속으로 초대한다. 평범하지만 내면에 단단한 용기를 품은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현실에 살짝 곁들여진 마법 같은 판타지가 따스한 결말을 향해 독자들을 이끌기 때문이다. 그의 대표작 '연의 편지'는 이러한 작품 세계의 정수를 보여준다. 낯선 학교로 전학 온 주인공 '소리'가 의문의 편지 한 통을 받으며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편지의 흔적을 따라가며 겪게 되는 마법 같은 여정과 성장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조현아 작가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판타지가 좋아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며, 판타지야말로 만화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서 마법과 환상은 결코 이야기의 주인이 되지 않는다. 작가는 "마법적인 요소는 양념으로 넣었을 뿐"이라고 선을 그으며, "가장 중요한 결말은 마법의 힘이 아닌, 온전히 주인공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결과"라고 힘주어 말한다. 즉, 환상적인 장치는 인물의 성장을 돕는 조력자일 뿐, 결국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것은 캐릭터 자신의 의지와 용기라는 것이다.

 

이러한 작가의 철학은 작품의 핵심 소재인 '편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연의 편지'라는 제목처럼, 편지는 사람들 사이의 '인연'을 이어주고 외로운 이들을 연결하는 매개체다. 과거의 상처로 인해 위축되어 있던 전학생 소리는 편지를 통해 새로운 친구 '동순'을 만나고,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며 점차 밝은 모습을 되찾는다. 작가는 "작품 속 편지들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소리의 성장과 선택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하며, 편지가 단순한 줄거리 전개의 도구를 넘어, 주인공의 내면을 치유하고 성장시키는 중요한 장치임을 분명히 했다.

 


주인공 '소리'의 캐릭터는 작가가 살아오면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로부터 탄생했다. 왕따당하는 친구를 외면하지 않고 용기를 냈다가 도리어 자신이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아픔을 겪지만, 소리는 편지를 통한 여정 속에서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닫고 상처를 치유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작가는 "중학생, 고등학생, 그리고 어른이 된 후에도 내 주변엔 늘 마음이 단단하고 정의로운 여자친구들이 있었다"며, "그 친구들을 동경하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밝혔다. 그는 옳은 일을 하면서도 꿋꿋한 그들을 보며 품었던 '왜 저런 행동을 할까'라는 의문이, 결국 '그들이 옳은 세상에 살고 싶기 때문'이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졌다고 고백했다. 소리의 성장은 곧 작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바람이 투영된 결과물인 셈이다.

 

2018년, 총 10화라는 짧은 호흡으로 완결된 '연의 편지'는 오는 10월,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여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작가는 "애니메이션화는 모든 만화가의 꿈"이라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그는 "움직이는 소리와 동순을 보면서 '이걸 보기 위해 지금까지 만화를 그렸구나' 생각했다"며, 특히 음악과 섬세한 움직임이 더해져 원작의 감성을 극대화한 장면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마법보다 더 마법 같은 아이들의 선택과 성장이 스크린 위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