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만 해도 '최악의 4번타자'…감독의 뚝심이 만들어낸 '20경기 9홈런' 대반전

김경문 감독의 믿음은 '뚝심'을 넘어 '고집'으로 보일 정도였다. 노시환은 올 시즌 한화가 치른 130경기 전 경기에 선발 출장했으며, 그중 126경기를 4번 타순에서 시작했다. 부진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때마다 김 감독은 "우리 4번 타자 자존심이 있다"는 말로 모든 비판을 막아서며 선수의 기를 살렸다. 감독의 이러한 절대적인 신뢰는 단순히 선수를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노시환이 살아나야 팀 타선 전체가 살아난다'는 확고한 신념의 발로였다.
그리고 마침내, 감독의 굳건한 믿음은 기적 같은 반전 드라마의 서막을 열었다. 지난달 16일 NC전 멀티 홈런을 시작으로 노시환은 완전히 다른 선수로 각성했다. 이후 20경기에서 그는 타율 0.329, 9홈런, 26타점, OPS 1.243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쏟아내며 리그를 폭격하기 시작했다. 이 기간 홈런, 타점, OPS 모두 리그 전체 1위에 해당하는 압도적인 성적이다. 어느새 시즌 성적은 29홈런 94타점으로 수직 상승했고, 2년 만의 30홈런-100타점 시즌 달성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비난의 대상이었던 4번 타자가 팀을 승리로 이끄는 해결사로 완벽하게 부활한 것이다.

이러한 부활의 이면에는 그의 남다른 프로 의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경기에 빠지면 그 자리는 다른 누군가에게 기회가 된다. 부러지지 않는 이상 빠지지 않겠다"며 주전 자리에 대한 절박함과 책임감을 드러냈다. 이미 홈런왕 타이틀까지 거머쥔 리그의 대표 스타가 여전히 초심을 잃지 않고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김경문 감독 역시 "겸손한 말이지만, 그만큼 경기를 끝까지 뛰려는 자세가 감독으로서 고맙다"며 그의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노시환의 가치는 공격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는 올 시즌 129경기를 3루수로 출전하며 1143⅔이닝을 소화, 이 부문 압도적인 리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명타자로 단 1경기에 나섰을 뿐, 매 경기 뜨거운 핫코너를 묵묵히 지켰다. 김 감독은 "4번 타자가 수비까지 열심히 해주면 팀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다. 몸을 아끼지 않는 다이빙 캐치 등 좋은 수비를 여러 번 보여줬다"며 그의 헌신적인 플레이에 찬사를 보냈다.
감독의 흔들림 없는 믿음과 선수의 절실한 노력이 만들어낸 부활. 노시환의 뜨거운 9월은 한화 이글스의 가을 야구를 향한 꿈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남은 시즌, 그가 써 내려갈 새로운 기록들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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