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팔던 명품 아웃도어의 배신… 히말라야 한복판에 불 지르고 '이중 사과'로 기름 부었다

2025-09-22 17:38 김희수 기자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가 티베트 히말라야의 청정 고산지대에서 대규모 불꽃놀이를 벌여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자연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아웃도어 브랜드의 정체성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에 중국 현지 여론이 들끓자, 결국 중국 당국이 직접 조사에 나섰고 아크테릭스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사과 과정에서 드러난 미흡한 대처가 또 다른 논란을 낳으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모양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9일, 아크테릭스가 불꽃놀이 예술가 차이궈창과 손잡고 선보인 '성룡(昇龍)' 쇼였다. 해발고도 4,600미터에서 5,000미터에 이르는 시가체 지역 히말라야 산맥에서 펼쳐진 이 행사는 티베트 전통 오색 깃발을 형상화한 다채로운 불꽃이 하늘을 수놓으며 용의 형상을 그리는 장관을 연출했다. 산등성이를 따라 주황색과 흰색 불꽃이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자, 경이롭다는 반응 대신 즉각적인 비판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고산지대의 민감하고 연약한 생태계와 식생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일부는 "이것은 예술이 아니라 산을 폭파하는 것과 같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주최 측이 합법적인 절차를 준수했고, 불꽃에 사용된 화약 역시 모두 생분해성 친환경 물질이라고 해명했지만,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시짱자치구 시가체시 당국은 21일, 현장 조사를 포함한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하며 "사건을 매우 중대하게 보고 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법에 의거해 엄중히 처리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당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아크테릭스는 결국 공식 소셜미디어인 웨이보를 통해 사과문을 게시했다. 하지만 이 사과문이 중문판과 영문판의 내용과 뉘앙스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이면서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중문판에서는 "자연에 대한 겸손과 존중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깊은 반성의 태도를 보인 반면, 영문판에서는 "중국 측 파트너와 소통하여 업무 방식을 조정하겠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실무적인 문제로 축소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중적인 태도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까지 나서 "불꽃이 꺼진 자리에 남아야 할 것은 단순한 사과가 아니라 실질적인 환경 보호 행동"이라고 일침을 가했으며, 신화통신 역시 철저한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1991년 캐나다에서 설립되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쌓아온 아크테릭스는 2019년 중국의 안타그룹에 인수된 바 있다. 자국 기업이 소유한 글로벌 브랜드가 자국의 성지나 다름없는 히말라야에서 환경 파괴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중국 소비자들의 배신감과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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