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와 정준하가 ‘무한도전’의 DNA를 품은 새 프로젝트 ‘하수처리장’으로 다시 손을 맞잡는다. 

 

박명수는 지난 15일 자신의 SNS에 “10월 17일 오후 6시 25분 ‘하수처리장’ 오픈”이라며 “부장으로 승진한 박 부장과 만년 과장 정 과장이 ‘오분순삭’에서 무도키즈의 인생 고민을 처리한다”는 글과 함께 포스터를 공개했다. 이어 “매주 금요일 같은 시간에 만날 수 있다”며 “무조건적이고 편향적인 칭찬·지지·응원 부탁한다”고 위트 있게 전했다. 시청자 사연 접수 창구도 열어 “하와수와 수다 떨고 고민을 나누고 싶은 무도키즈들의 신청을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공개된 포스터는 ‘무한도전’의 상징적 세계관 ‘무한상사’를 현재형으로 소환한다. 승진한 ‘박 부장’과 변함없는 ‘정 과장’의 투샷이 정면에서 반기며, 익숙한 캐릭터 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오피스 코미디의 귀환을 예고한다. 제작진은 이번 작품을 ‘무한도전’의 공식 스핀오프로 설명했다. 완전체가 아닌 ‘형님 라인’ 중심의 조합이지만, 공백기 동안 축적된 팬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한 큐 카드였다. 특히 제목 ‘하수처리장’은 ‘하와수(하하+박명수)’를 떠올리게 하는 언어유희와 함께, ‘쌓인 고민을 말끔히 흘려보낸다’는 콘셉트를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팬덤의 반응은 즉각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댓글창엔 “부장 박명수라니 이미 웃기다”, “정 과장 그대로여서 더 반갑다”, “무도 감성 회복” 같은 반가움이 이어졌다. ‘오분순삭’ 호흡에 맞춘 짤막한 에피소드 중심의 구성은 모바일 시청 패턴에 최적화돼 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제작진은 사연 기반의 양방향 소통을 핵심 축으로 내세우며, 일상 속 고민을 ‘하와수’식 유머로 빠르게 분해·정리하는 리듬을 예고했다. 주 단위 고정 공개 시간(매주 금요일 오후 6시 25분) 역시 과거 방송적 문법과 현재 플랫폼 스케줄링을 접목한 선택으로 보인다.

 

올해는 ‘무한도전’ 20주년이기도 하다. 2005년 ‘무모한 도전’으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2018년까지 13년간 전世대적 사랑을 받으며 한국 예능의 혁신을 이끌었다. 유재석, 박명수, 정형돈, 정준하, 하하, 노홍철을 필두로 전진, 길, 황광희, 조세호, 양세형 등이 합류하며 시즌을 거듭할수록 실험의 폭을 넓혔다. ‘무한상사’는 그 실험의 정점 중 하나로, 현실 풍자와 캐릭터 코미디가 결합된 세계관 구축의 선례를 남겼다. ‘하수처리장’은 그 유산을 현재 흐름에 맞춰 재해석하는 시도다. 오피스 서사와 상담 포맷, 짧은 러닝타임, 참여형 구조를 한데 엮어 ‘향수의 복원’이 아니라 ‘문법의 업데이트’를 노린다.

 

관심사는 두 가지로 모인다. 먼저 하와수’의 호흡이 어떤 결을 만들어낼지다. 투닥거림과 츤데레 정서로 상징되는 두 사람의 케미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기대가 높다. 또한 외연 확장 가능성이다. 게스트 섭외, 특집 코너, 오프라인 토크 이벤트 등으로 확장될 경우, 스핀오프의 지속력을 담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 ‘무도키즈’라는 세대 호명은 이 프로젝트의 확실한 지지 기반이다. 방송과 함께 자라 성인이 된 시청자들이 직접 사연의 주인공이 되어, 과거의 추억을 현재의 고민 해결로 연결하는 구조가 형성된다면 팬덤의 자생력은 더욱 단단해질 전망이다.

 

완전체 복귀가 아니기에 생기는 ‘빈자리’는 동시에 새로운 상상력의 공간이 된다. 두 베테랑은 그 사이를 재치로 메우고, 제작진은 플랫폼과 포맷을 통해 박자를 조율한다. 과거의 황금기를 맹목적으로 복제하기보다, 그 시절의 태도를 현재에 맞게 번역하는 것. ‘하수처리장’이 겨냥하는 지점은 바로 그 균형이다. 10월 17일 오후 6시 25분, 부장과 과장이 문을 연다. 축적된 그리움이 현재형 웃음으로 환류하는 순간을, 시청자들은 다시 한 번 ‘금요일 6시 25분’에 맞춰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