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빠지는 줄 알았는데…아스파탐, 뇌 기능 저하 유발

 설탕을 대체하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대와 달리, 오히려 심장과 뇌의 핵심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충격적인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바이오소재 협력연구센터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허용 섭취량 이내의 아스파탐을 장기간 투여한 결과, 체지방이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 이면에 주요 장기의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심각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제로 슈거' 제품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에 경종을 울리며, 아스파탐의 안전성 기준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연구팀은 실험 쥐에게 체중 1kg당 7mg의 아스파탐을 1년간 주기적으로 투여하며 신체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아스파탐을 섭취한 실험군의 심장은 혈액을 온몸으로 내보내는 핵심 기능이 눈에 띄게 저하되어, 좌심실의 혈액 출력이 26%, 우심실은 20%나 감소했다. 또한 심장의 좌우를 나누는 근육 벽의 형태 변화 등 경미한 심장 비대 징후까지 관찰되었다. 뇌 기능 저하 신호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아스파탐 섭취군에서 신경 행동 반응에 이상 징후가 나타났으며, 뇌의 병태생리학적 변화 가능성까지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아스파탐이 단순히 칼로리만 없는 물질이 아니라, 인체의 핵심 제어 기관인 심장과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물론 이러한 연구 결과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제감미료협회(ISA)는 이번 연구가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그 결과를 사람에게 직접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즉각 반박했다. 인간과 쥐는 대사 기능, 심장 생리, 뇌의 에너지 사용 방식 등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 동물실험 결과가 인체에 그대로 재현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한 연구에 사용된 쥐가 노화한 개체들이어서, 관찰된 기능 저하가 아스파탐의 영향인지 아니면 정상적인 노화 과정의 일부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지적했다. ISA는 아스파탐이 이미 수십 년간의 연구를 통해 전 세계 주요 식품안전 규제기관들로부터 안전성을 승인받은 물질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아스파탐의 안전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지난해 아스파탐을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해 소비자의 불안감을 키웠지만, 유엔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기존의 하루 허용 섭취량(체중 1kg당 40mg)을 유지하며 "현재의 섭취 수준에서는 건강 위험이 크지 않다"는 상반된 결론을 내놓았다. 70kg 성인 기준으로 하루 14캔의 다이어트 탄산음료를 마셔야 도달하는 양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적 상한선일 뿐이다. 이번 스페인 연구팀의 실험은 비록 동물실험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체지방 감소라는 긍정적 효과의 이면에 숨겨진 심장과 뇌 기능 손상이라는 새로운 위험 가능성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진은 향후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아스파탐의 진짜 얼굴을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