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사태가 드러낸 케이팝 시스템의 추악한 민낯

 미국 유력 매체 뉴욕타임스(NYT)가 케이팝의 눈부신 성공 이면에 드리운 균열의 징후를 심도 있게 분석해 주목받고 있다. 팝 음악 평론가 존 카라마니카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라는 가상의 영화가 넷플릭스 역사를 새로 쓰고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는 등 케이팝이 명실상부한 전성기를 누렸다고 평가하면서도, 그 내부에서는 법적 공방과 성장 동력의 약화라는 심각한 문제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겉으로는 화려한 영광의 한 해를 보냈지만, 속으로는 산업과 예술 형식 사이의 모순이 곪아 터지며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시험대에 오른 한 해였다는 것이 분석의 핵심이다.

 

이러한 균열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은 단연 신인 그룹 뉴진스와 거대 기획사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 간의 법적 분쟁이다. 평론가는 이 진흙탕 싸움이 케이팝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소수의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아티스트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관리하는 현재의 시스템 아래에서는 뉴진스가 보여준 것과 같은 음악적 혁신과 독창성을 대규모로 지속 생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사태의 결과가 케이팝 산업이 진정으로 미학적 가치를 추구하는지, 아니면 단순히 규모의 확장과 시장 지배에만 관심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며, 분쟁의 여파로 뉴진스의 창의성이 제약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평론가는 케이팝 시스템의 분열 징후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에 예정된 방탄소년단의 완전체 복귀는 업계에 막대한 수익과 활력을 불어넣겠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에 임시방편으로 붕대를 붙이는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신화는 사실상 재현이 불가능하며, 그들을 만들어낸 시스템 자체가 이미 한계를 드러내며 분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예시로 하이브가 미국 게펜 레코드와 합작한 다국적 걸그룹 ‘캣츠아이’의 등장을 꼽았다. 이들은 케이팝을 표방하지만, 다국적 멤버들이 영어로 노래하며 기존 케이팝과는 다른 자유분방함을 보여준다. 이는 케이팝이 최종 목적지가 아닌, 글로벌 팝 시장으로 가기 위한 출발점이 되는 시대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결론적으로 평론가는 현재 주류 케이팝이 창의성의 막다른 골목에 갇혀있다고 진단했다. 스트레이 키즈, 트와이스, 세븐틴과 같은 그룹들이 상업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그들의 음악적 틀은 점점 더 중복되고 지루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는 이러한 피로감과 불안을 극복할 가능성을 오히려 거대 자본의 시스템 바깥에서 찾았다. 에피(Epi), 더 딥(The Deep) 등 독립적인 아티스트들이 선보이는 도전적인 음악들이 숨 막히는 시스템 아래에서 자란 개척자들의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케이팝의 미래가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혁신에 달려있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