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이 최근 발생한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보상안을 전격 발표했다. 29일 쿠팡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은 고객 1인당 총 5만원 상당의 이용권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보상은 지난달 유출 통지를 받은 3370만 개의 계정을 대상으로 하며 유료 서비스인 와우회원은 물론 일반 회원과 이미 탈퇴한 고객까지 모두 포함된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보상안의 상세 내용이 공개되자마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진정성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쿠팡 측은 이번 보상안의 전체 규모가 무려 1조 6850억 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해럴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는 이번 사태가 고객에게 끼친 우려와 심려를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고객 중심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책임감 있는 조치를 취하는 차원에서 보상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끝까지 책임을 다해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거듭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문제가 된 것은 5만원 이용권의 구성 방식이다. 쿠팡은 5만원을 통으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쿠팡 내 여러 전문몰에서 나누어 사용하도록 설계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로켓배송과 로켓직구 등이 포함된 종합 쇼핑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5000원에 불과하다. 배달 플랫폼인 쿠팡이츠 역시 5000원뿐이다. 나머지 4만원은 여행 상품 전문인 쿠팡 트래블과 명품 전문몰인 알럭스에 각각 2만원씩 배정되었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로켓배송에서 쓸 수 있는 보상액이 전체의 10% 수준인 5000원에 그치자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생색내기 보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여행 상품이나 명품 구매 시에만 사용 가능한 고액 쿠폰을 배정한 것을 두고 추가 결제를 유도하려는 고도의 마케팅 상술이 아니냐는 지적이 뼈아프다.

 

평소 쿠팡을 애용해왔다는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알럭스 같은 명품관은 일반적인 고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보상액의 절반 가까이를 몰아넣은 것이 황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피해를 보상한다면서 특정 플랫폼 사용을 강제하고 더 비싼 물건을 사게 만드는 쿠폰을 주는 것은 고객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이번 기회에 집단소송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탈퇴한 고객들 사이에서도 불만은 터져 나오고 있다. 정보 유출 사태 직후 보안에 대한 불안감으로 쿠팡을 떠났던 이들에게 쿠폰 지급을 안내하며 재가입을 유도하려는 목적이 다분해 보인다는 분석이다. 최근 쿠팡을 탈퇴했다는 권 모 씨는 사건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걸맞은 책임을 지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면피용 쿠폰뿐이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진정성 있는 사과 대신 마케팅 기회로 이번 사태를 이용하려는 모습에 더욱 신뢰가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법조계와 소비자 단체에서도 이번 보상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행법상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정신적 피해나 실질적 손해에 대한 보상은 현금성 보상이 원칙에 가깝지만 기업이 자체 발행한 쿠폰으로 대신하는 것은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용 조건이 까다로운 쿠폰의 경우 낙전 수입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기업 입장에서는 실제 지출 비용을 크게 줄이면서 대외적인 홍보 효과만 누릴 수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쿠팡은 다음 달 15일부터 앱을 통해 대상 고객들에게 순차적으로 이용권 관련 내용을 공지하고 문자 메시지를 통해 상세 안내를 이어갈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쿠팡 불매 운동 조짐과 집단소송 참여 독려 글이 확산되고 있어 쿠팡이 공언한 신뢰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조 6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내세웠음에도 정작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이번 보상안이 향후 쿠팡의 브랜드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