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 중독자라면 얼려라!

평소 흰 빵이나 파스타, 하얀 쌀밥을 사랑하지만 늘어나는 뱃살과 치솟는 혈당 때문에 고민인 사람들에게 복음과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단순히 탄수화물을 냉동실에 넣었다가 꺼내 먹는 것만으로도 건강상의 이점을 챙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차갑게 얼리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저항성 전분이 혈당 상승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높여 다이어트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는 분석이다.

 

현지 시간으로 20일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흰 빵과 파스타, 쌀밥 등 정제 탄수화물 식품을 냉동 보관한 뒤 섭취하면 혈당 상승과 체중 증가를 막는 데 효과적이라고 보도했다. 우리가 흔히 먹는 흰 식빵이나 쌀밥은 대표적인 정제 탄수화물이다. 정제 탄수화물이란 식이섬유와 같은 필수 영양소를 제거하는 초가공 과정을 거친 식품을 말한다.

 

이러한 정제 탄수화물은 소화기관을 매우 빠르게 통과하며 혈당을 급격하게 높이는 이른바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한다. 이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에 큰 부담을 주고, 결국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당뇨병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된다. 또한 식이섬유가 부족해 포만감이 오래가지 않아 금방 허기를 느끼게 만들고 과식을 유도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하지만 빵이나 밥을 냉동실에 넣는 순간 마법 같은 변화가 일어난다. 냉동 과정에서 탄수화물 속 전분 분자가 단단하게 결합하며 구조가 바뀌는 역행성 현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몸의 효소로 소화하기 어려운 저항성 전분이 만들어진다. 저항성 전분은 이름 그대로 소화에 저항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일반적인 탄수화물처럼 포도당으로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

 

이렇게 생성된 저항성 전분은 혈당 수치를 급격히 높이지 않으면서도 식이섬유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한다.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기도 하며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 하루 전체 섭취량을 줄여주는 효과를 낸다. 실제로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에 게재된 2024년 연구에 따르면, 약 8주간 저항성 전분을 꾸준히 섭취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평균 2.7kg을 더 감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임상의학 저널에 실린 또 다른 연구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됐다. 신선한 상태의 빵을 그냥 구워 먹는 것보다, 냉동실에 얼렸다가 해동한 뒤 구워 먹었을 때 혈당 상승률이 현저히 낮게 측정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저항성 전분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빵이나 밥을 최소 12시간에서 24시간 정도 냉동실에 보관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냉동 상태에서는 최대 3개월에서 6개월까지 영양학적 이점을 유지하며 보관할 수 있다.

 

 

 

이러한 원리는 빵뿐만 아니라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쌀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난 2022년에 진행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갓 지은 뜨거운 밥보다 한차례 식혔다가 다시 데운 쌀밥의 혈당 상승률이 약 30%나 낮았다. 밥을 지은 뒤 냉장 혹은 냉동 보관했다가 꺼내 먹는 습관만으로도 당뇨 예방과 체중 관리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보관법이 과식을 정당화하는 면죄부는 아니라고 경고했다. 저항성 전분이 혈당 조절에 도움을 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로 정제 탄수화물 자체의 섭취량을 조절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능하면 정제된 곡물보다는 통곡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으며, 냉동 보관법은 탄수화물을 보다 건강하게 즐기기 위한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 냉동실은 단순히 음식을 오래 보관하는 장소를 넘어 탄수화물을 건강하게 바꾸는 연금술의 공간이 되었다. 빵 한 조각, 밥 한 공기도 영리하게 보관해 먹는 습관이 100세 시대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