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사상 첫 4강 좌절, 오타니도 막지 못한 일본의 침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연일 각본 없는 드라마를 써 내려가고 있는 가운데, 한 선수의 말실수가 대회 최대 이변의 도화선이 되며 야구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화제의 중심에 선 인물은 이번 대회 돌풍의 팀 이탈리아를 이끄는 주장, 비니 파스콴티노다. 그의 섣부른 예측이 베네수엘라의 투지를 자극하며 일본의 4강 신화를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파스콴티노는 지난 15일 푸에르토리코와의 8강전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8-6 역전승과 사상 첫 4강 진출을 이끌었다. 1회 동점 적시타를 시작으로, 유니폼이 찢어질 정도의 몸을 사리지 않는 도루를 감행하며 팀의 투지를 불사르는 등 주장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에서 미국을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무패 행진으로 8강에 오른 바 있다.

문제의 발언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터져 나왔다. 4강 진출의 기쁨에 도취된 파스콴티노는 "도미니카공화국, 일본, 미국, 이탈리아가 4강에 오를 거라고 누가 예상했겠나. 믿을 수 없다"며 벅찬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4강 진출을 확정한 국가는 도미니카공화국, 미국, 그리고 자국인 이탈리아뿐이었고,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일본을 당연하다는 듯이 4강 팀으로 언급하는 실수를 범했다.
자신의 실수를 인지한 파스콴티노는 즉시 수습에 나섰다. 일본과 베네수엘라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 개인 SNS를 통해 "베네수엘라를 제외해서 미안하다. 고의가 아니었다"며 신속하게 사과했다. 그는 캔자스시티 로열스에서 한솥밥을 먹는 베네수엘라 출신 동료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여전히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덧붙여 진심을 전했다.

파스콴티노의 실언이 묘한 나비효과를 불러온 것일까.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베네수엘라가 대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베네수엘라는 6회 터진 윌리 아브레우의 역전 스리런 홈런에 힘입어 '우승 후보' 일본을 격침시켰다. 이로써 일본은 WBC 역사상 처음으로 4강 진출에 실패하는 굴욕을 맛봤고, 베네수엘라는 2009년 이후 17년 만에 준결승 무대를 밟게 됐다.
이제 운명의 장난처럼, 이변의 두 주인공인 이탈리아와 베네수엘라가 4강에서 맞붙는다. 공교롭게도 이탈리아 대표팀의 프란시스코 서벨리 감독은 베네수엘라 태생의 이탈리아계다. 오마르 로페즈 베네수엘라 감독은 "양쪽 모두에게 매우 흥미로운 경기가 될 것이다. 멋진 쇼를 보여주겠다"며 두 '언더독'이 펼칠 명승부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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