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희 작가, '피해자다움'이란 편견에 맞서다
아동 성폭력 피해 생존자인 서예희 작가가 가명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짜 이름으로 대중 앞에 섰다. 최근 서울 인사동에서 막을 내린 그녀의 두 번째 개인전 '헐거운 의지'는 단순한 작품 전시를 넘어, 한 개인이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온전히 드러내는 용기 있는 선언이었다.그녀의 캔버스는 그동안 겪어온 고통의 기록이었다. 가해자의 거짓 진술, 친척의 비수 같은 말, 온라인에서의 2차 가해 등 지울 수 없는 상처들이 작품의 주된 소재가 되어왔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그녀는 피해의 기억에만 머무르지 않고, 그에 맞서 싸워온 자신의 '행동'에 초점을 맞추며 새로운 서사를 펼쳐냈다.

서 작가는 '피해자는 수동적일 것'이라는 사회의 편견에 정면으로 맞서고자 했다. 피해 이후에도 웃고, 사람을 만나고, 심지어 가해자와 대화를 나누는 일상적인 행동조차 '피해자답지 못하다'고 재단하는 시선에 의문을 던진 것이다. 그녀는 작품을 통해 피해자 역시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저항하는 주체임을 보여주고자 했다.
자신의 아픔을 예술로 표현하는 과정은 금기를 깨는 듯한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전시를 통해 쏟아진 낯선 이들의 공감과 인정은 그 모든 부담감을 치유하는 귀중한 경험이 되었다. 특히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과거의 자신을 현재의 자신이 안아주는 작품 '2184일'은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그녀의 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녀의 용기는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었다. 전시장은 다른 생존자들이 남긴 응원의 흔적들로 가득했다. 서 작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기준 등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를 지적하며 아동의 취약성을 이용하는 가해자 중심의 사회적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시는 끝났지만 서예희 작가의 시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녀는 앞으로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작가 서예희로서 더욱 다채롭고 활기찬 미래를 그려나갈 것임을 다짐했다. 그녀의 붓은 더 이상 과거의 상처에만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펼쳐질 무한한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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