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헌혈 나이 높인다…70대도 피 나눌 수 있나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거대한 인구 구조의 변화가 국가 혈액 공급 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그동안 헌혈의 핵심 축을 담당했던 10대와 20대 인구는 매년 가파르게 줄어드는 반면, 수혈이 절실한 고령층 인구는 급증하면서 혈액 수급의 불균형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기존의 관리 방식을 탈피해 헌혈 가능 연령을 높이고 참여 유인책을 전면 개편하는 등 혈액 안정성 확보를 위한 중장기 대책을 내놓았다.보건복지부가 확정한 새로운 기본계획의 핵심은 헌혈의 문턱을 낮추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현재 60대 후반으로 제한된 헌혈 가능 연령을 건강 수명 연장 추세에 맞춰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구체화되고 있다. 이미 해외 주요국들이 연령 제한을 두지 않거나 70대 중반까지 허용하는 사례를 참고하여, 국내에서도 숙련된 헌혈자들이 노년기에도 피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절대적인 헌혈 인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이자 현실적인 대안으로 풀이된다.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보상 체계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진화한다. 과거의 전형적인 기념품에서 벗어나 OTT 플랫폼 구독권이나 한정판 포토카드 등 청년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혜택이 도입될 예정이다. 또한 헌혈의 집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는 정기적인 헌혈 버스 배차를 정례화하고, 직장인들의 생활 패턴을 고려해 운영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등 일상 속에서 누구나 쉽게 헌혈에 동참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낸다.
혈액의 질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 보완 작업도 병행된다. 수혈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백혈구를 사전에 제거한 고품질 혈액 제제의 공급 비중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노후화된 검사 장비를 교체하기 위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방사선 조사 혈액 제제 공급망을 강화하여 수혈 환자들이 보다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효율적인 혈액 배분을 위한 데이터 기반의 관리 시스템도 도입된다. 의료기관별로 제각각이었던 혈액 재고 관리를 표준화하고, 실제 사용량과 보유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적재적소에 혈액을 공급하는 기준을 마련한다. 이는 특정 시기에 발생하는 혈액 부족 사태를 방지하고 귀중한 혈액 자원이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특히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수혈 적정성 평가를 강화해 의료 현장에서의 합리적인 혈액 사용을 유도할 방침이다.
오랫동안 쌓여온 헌혈환급적립금 제도 역시 대대적인 수술대에 오른다. 사용처가 마땅치 않아 수백억 원 규모로 불어난 적립금을 헌혈자 예우 사업이나 혈액 관리 인프라 개선에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재정비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헌혈이 단순한 봉사를 넘어 사회적 존중을 받는 문화로 정착되기를 기대하며, 내년부터 연령 상향을 포함한 주요 과제들을 순차적으로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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