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 통증 방치했다가 폐암 진단…맥락막 전이의 공포
단순히 시력이 떨어지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폐암 진단을 받은 60대 여성의 사례가 학계에 보고되어 경각심을 주고 있다. 말레이시아 국립대학교 의대 안과 연구팀은 최근 안구 결핵으로 오인할 뻔했던 환자가 정밀 검사 끝에 폐선암의 안구 전이 상태임을 확인한 증례를 발표했다. 이는 눈에 나타나는 이상 징후가 때로는 몸속 깊숙이 숨어 있는 원발암의 강력한 경고 신호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사건의 발단은 한 달 전부터 시작된 오른쪽 눈의 시력 감퇴였다. 62세의 이 환자는 처음 병원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안구 결핵을 의심받았으나, 안과 정밀 검사 결과 눈 뒤쪽 혈관층인 맥락막에서 색소가 없는 종괴가 발견되었다. 이와 함께 망막 아래에 물이 고여 망막이 들뜨는 삼출성 망막박리 증상까지 확인되면서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비정상적인 신생 혈관이 자라나 안압이 치솟는 신생혈관녹내장까지 겹치며 환자는 극심한 통증과 함께 실명 위기에 처했다.

안구의 이상 증상을 추적하던 의료진은 전신 검사 과정에서 환자의 오른쪽 폐에서 의문의 종괴를 포착했다. 조직 검사 결과 이는 폐선암으로 밝혀졌으며, 눈에서 발견된 맥락막 종괴 역시 폐에서 시작된 암세포가 눈으로 전이된 병변임이 드러났다. 환자가 느꼈던 시력 저하와 안구 통증은 사실 폐암이 전신으로 퍼지고 있다는 몸의 마지막 호소였던 셈이다.
맥락막은 우리 눈에서 혈관이 가장 풍부한 곳 중 하나로, 암세포가 혈액을 타고 이동하다가 정착하기 매우 쉬운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의학계에 따르면 성인에게 발생하는 안구 내 악성 종양 중 맥락막 전이는 가장 흔한 형태에 속한다. 주로 유방암이 가장 빈번한 원발암으로 꼽히며, 폐암이 그 뒤를 이어 안구 전이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례의 환자는 이미 전신에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여서 시력 회복이 불가능했다. 의료진은 통증 완화를 위해 안구 적출을 제안했으나 가족의 거부로 방사선 치료를 진행했다. 치료 후 4개월이 지나자 안구는 위축되었고 시력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다행히 폐와 간 등 다른 장기의 전이 양상은 임상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조기에 암을 발견하지 못할 경우 안구 건강은 물론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의료진은 눈에 종괴가 발견될 경우 반드시 악성 종양의 전이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중장년층에서 원인 모를 시력 저하나 안구 통증이 지속된다면 단순한 노안이나 안질환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맥락막 전이는 원발암의 존재를 알리는 첫 번째 단서가 될 수 있는 만큼, 신속하고 포괄적인 전신 평가를 통해 암의 조기 진단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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