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없는 마을의 고민…운전대 못 놓는 농촌 노인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가 늘면서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농촌지역에서는 면허 반납이 단순히 운전을 그만두는 문제가 아니라 병원 진료와 장보기, 금융 업무, 생계 활동을 위한 이동수단을 잃는 일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농촌지역의 고령층에게 자동차는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다. 대중교통이 충분한 도시지역에서는 면허를 반납해도 버스나 지하철 등 대체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지만, 농촌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버스 운행 횟수가 적고 정류장과 거주지 사이의 거리도 멀어 차량 없이는 병원이나 시장, 관공서 이용조차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농업이나 지역 일자리 등 생계 활동을 이어가는 고령층에게 차량은 사실상 생활 기반으로 여겨진다.

이 같은 현실은 운전면허 반납률에서도 드러난다.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북부지역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37만8022명이었지만, 면허를 자진 반납한 사람은 8791명에 그쳤다. 반납률은 2.3% 수준이다. 특히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지역일수록 반납률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가평군의 고령운전자 면허 반납률은 1.3%에 불과했다. 연천군과 포천시도 각각 1.8%로 1%대에 머물렀다. 반면 대중교통 접근성이 비교적 좋은 동두천시는 3.3%, 의정부시는 2.9%, 파주시는 2.8%, 구리시는 2.7%를 기록했다. 농촌지역과 도시지역 사이의 교통 여건 차이가 면허 반납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면허 반납률이 낮은 가운데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과 한국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4만5873건으로 전년보다 8.3% 늘었다. 사망자도 843명으로 1년 새 10.8% 증가했다. 경기북부지역에서도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1만1991건 가운데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는 2706건으로 전체의 22.6%를 차지했다. 이는 2021년 14.4%보다 8.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는 고령층의 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하기 위해 교통카드나 지역화폐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농촌지역에서는 이러한 인센티브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일정 금액의 지원을 받더라도 이후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부족하다면 실제 생활 불편을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고령운전자 문제를 개인의 판단이나 면허 반납 여부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역에서 면허 반납은 고령층의 사회활동 위축과 고립,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고 예방과 이동권 보장을 함께 고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대안으로는 농촌형 수요응답 교통수단 확대, 병원·시장·관공서를 연결하는 순환버스 운영, 고령운전자 대상 운전 적합성 평가, 운전 가능 시간이나 지역을 제한하는 한정면허제 등이 거론된다. 고령운전자 정책은 단순한 면허 반납 유도가 아니라 교통안전과 이동권 보장을 함께 다루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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