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절반이 인권 침해, 태움 잔혹사
병원 내 고질적인 악습으로 꼽히는 ‘태움’에 시달리던 20대 간호사가 끝내 세상을 떠나면서 의료계의 경직된 조직 문화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달 초 숨진 채 발견된 간호사 강 모 씨는 생전 3년 가까이 선배들의 폭언과 따돌림에 고통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꿈을 안고 시작한 병원 생활은 지옥 같은 일상으로 변했고, 강 씨가 남긴 기록에는 월세 걱정에 괴롭힘을 견뎌야 했던 청년 노동자의 절박한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강 씨는 생전 가해자들로부터 인격 모독에 가까운 발언을 들으며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입었다. 동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거나 인사를 무시당하는 등 일상적인 괴롭힘이 반복되었으나, 강 씨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티려 노력했다. 하지만 가해자들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고, 결국 지난해 4월 강 씨는 정들었던 병원을 떠나야만 했다. 퇴사 후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어 괴롭힘 사실을 일부 인정받았음에도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병원 측의 미온적인 태도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노동부 조사 결과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 중 단 한 명에 대해서만 괴롭힘이 인정되었고, 그마저도 병원 징계는 가벼운 훈계 수준에 그쳤다. 피해자인 강 씨는 직장을 잃고 고통 속에 살아야 했던 반면, 가해자들은 여전히 병원에서 정상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유족과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통계상으로도 의료기관 내 괴롭힘 문제는 해마다 심각해지는 추세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전체 신고 건수는 6년 사이 8배가량 급증했으며, 특히 의료기관 내 신고는 전년 대비 50% 가까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대한간호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현직 간호사 절반 이상이 최근 1년 내 인권 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할 만큼, 병원 내부의 폭력적인 위계 질서는 여전히 공고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는 원인으로 병원 특유의 폐쇄성과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꼽는다. 신입 교육이라는 명목하에 가해지는 폭언이 정당화되는 구조 속에서 피해자들은 신고 후 닥칠 보복이나 낙인 효과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실효성 없는 징계 체계와 형식적인 피해자 보호 조치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괴롭힘이 근절되지 않는 핵심적인 이유로 지목된다.
현재 강 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가해자 처벌과 조직 문화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피해자가 떠난 자리에 가해자가 남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강하게 비판하며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간호계 내부에서도 개인의 인내에 기댄 교육 방식을 폐기하고, 외부 감시 체계를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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