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핀 잼, 걷어내고 먹으면 암 부른다
냉장고를 식품의 안전을 보장하는 무결한 금고로 맹신하는 습관이 오히려 건강을 위협하는 독이 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잼이나 견과류에 곰팡이가 피었을 때 해당 부위만 걷어내면 안전할 것으로 착각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눈에 보이는 곰팡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수분이 많은 식품의 경우 보이지 않는 미세한 균사가 이미 내부 깊숙이 침투해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저온 보관은 단지 부패의 속도를 늦출 뿐, 이미 생성된 독소를 파괴하거나 변질된 상태를 되돌리는 마법의 도구가 아니다.특히 땅콩이나 옥수수 등 견과류에서 발견되는 아플라톡신은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로, 간암 유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독소는 열에 매우 강해 일반적인 가열 조리 과정에서도 쉽게 파괴되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다. 최근 국내에서도 기준치의 8배가 넘는 아플라톡신이 검출된 볶음땅콩 제품이 적발되어 회수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퀴퀴한 냄새가 나거나 겉모양이 변한 견과류를 아깝다는 이유로 섭취하는 것은 스스로 발암물질을 들이키는 것과 다름없다.

당분이 높은 잼 역시 곰팡이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설탕이 방부 역할을 한다고 믿기 쉽지만, 일부 곰팡이는 높은 당분과 염분 농도에서도 생존하며 심지어 냉장고의 낮은 온도에서도 증식한다. 잼 표면에 하얀 막이 형성되었다면 이는 이미 제품 전체가 오염되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 농무부 등 공신력 있는 기관들은 곰팡이가 발생한 잼이나 젤리를 발견 즉시 통째로 폐기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부분적인 제거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마이코톡신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방 함량이 높은 들기름의 경우 곰팡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산패'다. 들기름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은 공기와 빛, 열에 노출되는 순간부터 급격히 변질되기 시작한다. 농촌진흥청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상온 보관 시 불과 20주 만에 산패 지표가 위험 수준까지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 시작된 산패는 냉장고에 넣는다고 해서 멈추거나 되돌려지지 않는다. 특유의 고소한 향 대신 찌든 냄새가 난다면 그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식품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보관 단계부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잼을 덜어낼 때는 반드시 침이나 이물질이 묻지 않은 깨끗한 도구를 사용해야 하며, 사용 후에는 공기 접촉을 최소화하도록 뚜껑을 밀봉해야 한다. 들기름 역시 빛을 차단할 수 있는 어두운 병에 담아 4도 이하의 냉장실에 보관하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도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이미 변질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설마' 하는 안일한 마음이 식중독이나 만성적인 독소 축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식품 안전의 핵심은 '의심되면 버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냉동실 구석에 오래 방치된 식재료가 얼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할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곰팡이 독소는 무색무취인 경우가 많아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더라도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 건강을 위해 챙겨 먹는 견과류와 기름이 오히려 체내에 독을 쌓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주기적인 냉장고 정리와 엄격한 폐기 기준을 세우는 생활 습관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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