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직원 빼라?” 힌두교 의전 논란에 에펠탑 하루 폐쇄
파리의 대표 관광지 에펠탑이 종교 단체 방문을 둘러싼 논란 끝에 하루 동안 멈춰 섰다. 방문객 의전을 이유로 여성 직원들이 기존 근무 위치에서 빠졌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직원들이 파업에 나섰고, 이로 인해 관광객들은 예고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2026년 9월 7일, 프랑스 파리를 찾은 관광객들은 에펠탑 입구에서 예상치 못한 안내를 받았다. 에펠탑 운영이 중단됐다는 소식이었다. 표를 예매했거나 현장을 찾은 이들은 갑작스러운 폐쇄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운영 중단의 직접적인 이유는 직원 파업이었다.
논란은 이틀 전인 지난 5일 한 힌두교계 종파 대표단이 에펠탑을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단체는 ‘BAPS’로 알려진 보차산와시 악샤르 푸루쇼탐 스와미나라얀 산스타다. 이들은 파리 근교 뷔시 생 조르주에 새 사원을 세운 것을 기념하기 위해 프랑스를 찾았다. 약 100명 규모의 사절단에는 93세 영적 지도자 마한트 스와미 마하라지도 포함돼 있었다.
문제가 된 부분은 방문 준비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진 요구였다. 프랑스 매체 bfmtv는 에펠탑 직원들의 말을 인용해, BAPS 측이 마하라지 방문 당시 여성과의 접촉을 피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직원들은 이 요구가 단순한 신체 접촉 방지를 넘어, 여성들이 지도자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도록 해 달라는 취지였다고 주장했다.
에펠탑 운영사 SETE는 이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 배치돼 있던 여성 직원들이 일부 근무 위치에서 빠지고, 그 자리에 남성 직원들이 투입됐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이를 종교적 관습을 존중하는 수준이 아니라 성별에 따른 근무 배제라고 판단했다.
결국 직원들은 반발의 표시로 파업에 나섰다. 파업은 에펠탑 운영 중단으로 이어졌고, 하루 동안 파리의 상징적 관광지가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졌다. 논란은 곧바로 프랑스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

정치권도 강하게 반응했다. 에마뉘엘 그레구아르 파리시장은 “성평등은 역사적 기념물 입구에서 멈추지 않는다”며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전 총리 가브리엘 아탈 역시 “프랑스에서는 어떤 문화나 신념, 종교도 여성의 위치를 규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성평등부 장관과 지방 정치인들도 잇따라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극우 성향 정당 국민연합을 이끄는 마린 르펜 의원은 “프랑스에서 여성의 존재가 제한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사건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커지자 에펠탑 운영사도 결국 사과했다. SETE의 아리엘 베일 회장은 8일 전 직원 총회에서 이번 일에 대해 사과하고 경위를 철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에펠탑이 프랑스 공화국의 가치와 남녀평등 원칙을 지지한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이는 운영사가 해당 요구를 받아들인 결정이 부적절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직원들이 문제 삼은 핵심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종교적 신념을 가진 개인이 스스로 행동을 제한하는 것과, 공공 관광시설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들을 특정 인물의 동선에서 배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BAPS 측은 사태 이후 성명을 내고 유감을 표했다. 다만 “대표단 규모를 고려해 다른 관람객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정상 개장 시간 전에 방문 일정을 잡았다”며 “우리가 알기로는 에펠탑 입장이 제한된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해명은 논란의 본질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했다. 관람객의 입장 제한 여부와 여성 직원들의 근무 배제 의혹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 논란의 중심은 일반 관람객이 아니라, 에펠탑에서 일하던 여성 직원들이 특정 종교 지도자의 방문을 이유로 원래 위치에서 빠졌는지 여부다.
BAPS는 1907년 설립된 힌두교계 종파로, 수행자들에게 엄격한 금욕과 성별 분리 원칙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단체의 수행자들은 육식과 음주를 피하고, 여성과의 대화나 신체 접촉도 엄격히 제한받는다. 사원 내에서도 남녀가 같은 공간에서 기도하지 않는 방식이 적용된다.

하지만 프랑스 사회가 문제 삼는 것은 종교 내부의 규율 자체가 아니다. 개인이나 종교 공동체가 스스로 지키는 금욕 규범이 공공장소 운영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여성 노동자의 근무 조건이 바뀌었다면 이는 성평등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는 단 하루의 파업으로 끝났지만 파장은 작지 않다. 프랑스는 세속주의와 공화국 가치를 중시하는 나라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종교적 요구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요구가 성평등 원칙과 충돌할 때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대선을 앞둔 프랑스 정치권도 이번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성의 권리, 종교의 자유, 세속주의, 이민과 다문화 문제까지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에펠탑에서 벌어진 하루짜리 운영 중단은 단순한 관광지 파업을 넘어 프랑스 사회가 지켜야 할 가치의 경계선을 다시 묻는 사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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